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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900년의 깊은 전설을 품고있는,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900년의 깊은 전설을 품고있는,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과 솔숲으로 유명한 태안은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명소이다. 여름철 뜨거운 해변의 분위기와는 달리, 한겨울에는 설경, 낙조와 더불어 고즈넉한 사찰에서 심심을 달래는 여행지로 손색없는, 매력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특히, 태안에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은행나무가 있어 여행지로서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 나무는 흥주사에 있는 900년 된 은행나무로, 예로부터 자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흥주사는 태안읍 백화산(白華山 : 284m)에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이다. 태안군 태안읍소재지에서 2.8km 정도 떨어진 상옥리 마을의 서쪽, 백화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서 1km 정도 올라가면 흥주사가 있다.
<흥주사 대웅전의 모습>
흥주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상량문의 내용으로 보아 대략 고려 말엽인 13세기 말에서 14세기 초엽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웅전 앞에는 자그마한 삼층석탑이 있는데, 마모된 형상으로 보아 매우 오랜 시간 흥주사를 지켜왔음을 알 수 있다.
<흥주사 3층 석탑>
흥주사 만세루 앞에, 바로 이 은행나무가 있다. 2001년 6월 30일 충청남도기념물 제 156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높이 22m, 둘레 8.5m 정도로 흥주사를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역할을 해왔다.
<은행나무와 흥주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만세루>
은행나무 앞 푯말에는 오랜 시절부터 전해오는 설화가 소개되어 있다.
『 옛날 먼 길을 가던 노승이 백화산 산기슭에서 잠시 쉬던 중 하얀 산신령이 나타나 노승이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가리키며, "이곳은 장차 부처님이 상주할 자리이니 지팡이로 이곳에 표시를 하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기이한 일이구나' 생각한 노승은 꿈에 산신령님이 가리킨 곳에 지팡이를 꽂아두고 불철주야 기도를 하니, 신비스럽게도 지팡이에서 은행나무 잎이 피기 시작했다. 노승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을 짐작하고 더욱더 기도에 전념하니, 또다시 산신령님이 나타나 말씀하시길 "이 나무에 자식 없는 자, 기도를 하면 자식을 얻게되고 태어나 자식들이 부귀영화를 얻어 부처님을 모실 것이니라." 하며 사라졌다. 몇 십년 후 산신령님 말씀대로 그 자손들에 의해 불사가 이루어졌고, 부처님의 손길이 자손만대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승은 절을 흥주사라 이름하였다 한다. 흥주사와 더불어 찬란한 역사를 함께 했던 이 나무는 흥주사의 부처님을 지키는 사천왕의 역할을 하여, 후대에는 국가가 위태로울 때 항상 산천이 진동할 듯한 울음을 터뜨려 애통해 했다. 또한 지금도 가끔 목탁소리를 내어 신도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신비의 힘을 가진 나무로 주민 및 신도들의 정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
<자식을 얻게 해준다는 전설의 은행나무>
흥미로운 점은, 은행나무에는 남근과 비슷한 돌기가 가지에 붙어있어, 아들을 바라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900년,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냈음에도 외형적 손상없이 완전하고 수피도 깨끗하며 생육상태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나무의 형태도 아름다워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 그 염원들이 그 세월을 함께 지켜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색과 풍경, 천년의 나무가 전해주는 신비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새해를 맞이해 가슴 속에 품은 소망 하나 가지고 흥주사로 떠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