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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신두리 서해 바다
[여행이야기] 신두리 서해 바다 그곳에 '해변의 여인'이 있다
가슴이 답답할 때, 피곤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 머릿속이 복잡해 터질 것 같을 때,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그 품에 온갖 삼라만상을 던져 버린다. 신기하게도 바다는 막혔던 속을 뚫어 주고, 실타래 엉킨 듯 뒤죽박죽인 머리를 시원하게 풀어 준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 줄 만병통치약. 바로 바다다.
▤ <트레비> www.travie.com 글 황정일 기자 / 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Scene#1 해가 지고 별이 뜨는 서해가 좋다
서서히 좁혀오는 마감의 압박, 사람을 정말 죽일 것만 같은 단어 '데드라인'은 결코 기자들의 몫인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감독들도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한다는, 그것도 참신하고 색다른 내용을 창조해야 한다는 무거운 압박에 시달린다. 영화 <해변의 여인>은 제법 이름이 알려진 영화감독 중래(김승우)의 고민,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번뇌로 시작된다.
시나리오를 떠올리기 위해 중래가 떠올린 것은 바로 '바닷바람 쐬러 가기'다. 그는 특히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 자신을 닮은 서해가 좋다고 과감히 말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서해 바다가 더 좋은 것 같아"라고. 영화 중에서 '해가 지고, 별이 뜨는' 서해가 좋다는 대사가 왠지 가슴에 확 와 닿았다. 그런 서글픔과 쓸쓸함을, 그곳 서해 바다는 지니고 있었다.
서해 바다 중에서도 가장 크고 넓은 곳 신두리 해수욕장. 중래의 꼬드김으로 후배 창욱(김태우)은 그의 애인 문숙(고현정)을 데리고 신두리의 탁 트인 바람을 누리러 간다. 신두리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이들을 마중하는 것은 '서해 최고의 해변 신두리 해수욕장'이란 글귀가 새겨진 돌덩어리 표지판이다. 신두리 해변. 정말 바다를 향해 끝없이 달리고 있다.
Scene#2 한적한 망망대해 새로운 추억을 새기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서 발을 담그고 걷고 있는 한두 무리의 사람들이 아득하게만 보이는, 신두리는 역시 서해 최고의 해변이었다. 그 너른 모래밭 중간중간에 점점이 박힌 사람들만이 심심한 신두리에 작으나마 재미를 보태 주고 있다. 푸른 빛깔을 담은 동해의 꽉 찬 매력과 달리, 회색빛 가득한 물 빠진 서해는 한적함이 매력이다. 숙소를 잡고, 펜션 앞마당에서 셋이 나란히 울타리에 기대고 널따란 신두리 해변으로 시선을 던진다. 해변과 바다에 던져진 그 시선을 따라 그들이 달고 온 걱정거리, 스트레스들도 바다로 던져졌을 게다. 온갖 근심걱정이 버려지고 그 공간은 이내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진다. 영화에서는 시나리오를 쓰려던 중래가 해변의 여인 문숙과의 추억으로 공간을 채운다. 넓디넓은 해변은 부드러운 모래(규사)가 가득 메우고 있다. 물이 빠져 해안선이 멀어지는 순간 신발을 벗어 한손에 들고 그 부드러운 모래밭을 맨발로 걷는 문숙. 맨발로 느끼는 모래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아직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는 해변의 부드러움에 빠져 든다.
신두리 해수욕장은 언제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과 닮았다. 끝없이 넓고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어머니의 품 말이다. 그래서일까. 신두리 안의 멘토를 찾아 자연스레 그리움을 토로하고, 새로운 다짐을 약속하고, 소원을 빌게 된다. 중래는 문숙과의 어색한 헤어짐 이후 이곳을 다시 찾아 대자연의 품에 안겨 절을 하면서 재회를 기다린다. 그전에도 이미 신두리를 찾는 방문객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그들의 푸념을 들어주고 세상에 대한 그들의 외침을 담아주지 않았던가. 더구나 처음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하룻밤을 보내는 중래와 문숙의 일탈(?)도 고스란히 거둬 준다.
아니 오히려 어머니의 마음으로 서로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연의 추억을 선사하는 게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의 밝은 눈길이 감기고, 어둑어둑한 어둠이 해변을 뒤덮는다. 이제 신두리는, 아니 세상은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둘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적막을 깨고 울리는 휴대전화의 소리가 방해를 하지만, 결국 그들은 대자연이 선물한 둘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진다.
Scene#3 신두리가 설레는 이유 '일상탈출'
<해변의 여인>이라는 제목의 느낌처럼 여름에 해변에서 짧지만 두고두고 남을 추억을 만드는 게 주요 스토리다. 짧은 여름휴가 동안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강렬한 기억 한 조각을 만들어 가는 것도 독특하고 이색적인 경험이 될 듯.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났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곳이기에 억눌러 왔던 감정이 유감없이 발산되는 순간이다. 꼭 영화 속 내용이 아니어도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것은 신두리에 한층 의미를 부여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으로나마 갈구했을 일상에서의 탈피, 여행길에서 만나는 로맨스 등의 옷을 입는 신두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설레게 한다. 이곳에서 나만의 이색적인 기억 한 조각을 만들어 가는 것. 아마 신두리를 찾는 사람들이 또 한번 설레는 이유일 것이다.
신두리 해수욕장에 발도장을 찍기 전에 영화로 먼저 눈도장을 찍는 것도 좋다.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좇아 해변을 거닐어 보고, 펜션들을 둘러보고, 예쁜 전망 포인트도 체크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해변을 따라 줄지은 펜션들. 새로운 펜션도 들어서고 있다. "아! 여기가 그들이 서서 바다를 바라보던 곳이구나!" 하는 순간 이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돼 있다.
Scene#4 부드러운 해변 거침없는 질주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는 드넓은 해변을 자동차로 질주해 보는 재미다. <해변의 여인> 에서는 마지막 장면에 문숙이 백사장을 벗어나기 위해 질주하는 모습이 비쳐진다. 모래가 워낙 곱다 보니 중간에 바퀴가 빠져 난감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그것 역시 지나고 나면 재미있는 기억 한 조각이 될 테다.
자동차로 무조건 달려 본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신두리 해수욕장은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밀물과 썰물이 오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언제 물이 들어오는지 미리 체크해야 한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해변에 안심하고 있다간 어느새 물이 발밑까지 차올라 있기도 하다. '차량 출입을 금지합니다'란 표지판이 붙어 있으나, 한번쯤은 해변에 내려가 멋진 차량 서예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해변의 끝에 닿아 차에서 내린 후 바다를 등지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멋진 스틸 컷을 만들어 오는 것은 보너스. 주의해야 할 점은 모래가 부드럽고 축축하게 젖어 있기 때문에 마치 늪인 양 무거운 차체를 스멀스멀 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즈를 취하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때마침 갈매기 떼가 날아 주신다면 당신은 진정한 행운아다.
Scene#5 안전하고 한적한 서해 바다여행
<아이들에게도 신두리의 넓은 해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
아이들에게도 신두리의 넓은 해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가 된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곳에 오면 아무리 뛰어도 뛰어도 아직도 뛰어놀 공간이 남아 있다. 신선한 바닷바람과 고운 모래 등 자연과 함께 몸을 맞대고 노는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를 한결 안정되도록 할 것이다. 또 바닷물이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이런 저런 생물체를 발견하는 재미도 아이들에겐 놓칠 수 없는 신기함이다.
엄마 아빠를 뒤로 하고 얕은 물 웅덩이만 발견하면 쭈그리고 앉아 "뭐 신기한 것 없나" 하며 열심히 뒤적거리는 아이들. 이내 "와~ 물고기다~ 와~ 게가 되게 작아~" 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손바닥에 작은 게를 올리며 함박웃음이다.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붐비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해변의 경사가 완만하고 조차가 큰 편이어서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안전하고 편안하고 한적한 여름휴가, 때만 되면 몰리는 동해 바다를 벗어나 색다른 매력으로 승부하는 서해 바다를 찾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Scene#6 부드러운 모래 거대한 언덕이 되다
<부드러운 모래 거대한 언덕>
신두리 해수욕장의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 제 431호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로 이어진다. 해안사구가 위치해 있는 신두리 북서부 지역은 넓은 모래사장과 바람 등 사구가 형성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총길이는 약 3.5km, 폭은 최대 1.5km 정도. 전사구, 사구습지, 바르한 사구 등 다양한 지형이 잘 발달돼 있다. 무엇보다 신두리의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의 그것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큰 규모인 만큼 해당화, 메밀꽃 등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구습지를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이름 모를 꽃들과 다채로운 식물들을 만나보게 된다. 이처럼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독특한 풍경, 뛰어난 해안의 퇴적지형 등을 토대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태안 8경 중 하나이기도 한 신두리 해안사구를 따라가면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매꽃, 갯방풍 등 희귀식물들과 표범방지뱀, 맹꽁이, 쇠똥구리,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 각종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단어의 원뜻인 모래언덕보다는 잡초와 각종 풀들만 무성해 해안사구란 이름을 무색케 하기도 한다.
Tip. 해안사구는 해류가 모래를 싣고 흐르다가 파랑의 힘으로 육지까지 밀려나 만들어지는 낮은 구릉 모양의 모래언덕을 말한다. 모래의 양, 바람의 속도와 방향, 지형, 기후, 식물의 특성 등 다양한 주변 여건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바뀐다. 특히 해안사구의 경우 육지와 바다 사이에 만들어지는 지형으로, 퇴적물의 양을 조절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또 폭풍이나 해일 등으로부터 해안선 및 인근의 가구나 농작물 등을 보호하고, 식수를 공급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물론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하고 뛰어난 볼거리이기도 하다.
바다만으로 심심하다면 명경지로 가자.
태안반도에서, 서해에서 가장 큰 규모인 만큼 신두리 해수욕장 인근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일단 태안반도 자체에서는 '태안 8경'이라 하여 백화산, 만리포 해변, 할미할아비바위, 안면도 자연휴양림, 신두리 해안사구, 몽산포 해변, 안흥성, 가의도 등의 명경지들을 만나볼 수 있다. 8경 중 5경으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가 대표적 명소. 태안 8경은 아니지만 신두리 근처에는 태안화력발전소,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 소근진성, 천리포 수목원 등 가봐야 할 곳들이 즐비하다.
탁 트인 전망 안흥항을 굽어보다
신두리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노랫말로도 유명한 만리포에 닿게 된다. 만리포 역시 태안 8경 중 하나로 태안반도에서는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태안 시내 방향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면 태안마애삼존불도 만나볼 수 있다. 국보 제307호인 태안마애삼존불은 일반적인 배치와 달리 보살상을 중심으로 양쪽에 불상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산마애삼존불보다 더 오래된 불상으로 백제 시대 최고(最古)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조선시대 서해안의 군사적 요새지였던 안흥성에 닿는다. 안흥진성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현재 출입구만이 남아 있는 상태. 출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나 성터를 볼 때 제법 규모가 컸던 성이었던 것 같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됐다.
입구를 지나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산자락으로 오르는 길이 하나 있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구불구불 오르면 태국사가 기다린다. 태국사는 백제시대(633년경)에 지어진 것으로 안흥항을 드나드는 내외 사절단의 무사를 기원하고, 외적 침입시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흥산성이 사라진 후 이 절도 소실됐으나 최근 절터에 작은 절 하나를 새로 지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태국사란다. 입구에 태국사사적비가 서 있는데 사적비 윗부분에 새겨진 불상이 이색적이다. 오르는 굽잇길마다 돌로 쌓아 올린 탑들이 소원을 빌게 한다. 특히 마지막 굽잇길의 돌탑 위에는 자그마한 동자상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는 듯 앉아 있는 이 하얗고 작은 동자상은 귀엽고 평온한 표정이지만 무언지 모를 엄숙함도 느껴진다. 태국사에 오르면 말이 필요 없다. 뒷마당으로 펼쳐지는 전경이 장관이기 때문. 안흥성터뿐만 아니라 저 멀리 안흥항까지 내려다 볼 수 있다. 가슴 속까지 탁 트이는 순간이다.
tip. 더 풍성한 서해여행
이밖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 서해 방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 소근진성 등도 놓치기는 아쉬운 곳들이다. 천리포수목원은 18만 평에 달하는 부지를 7개 구역으로 나누어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수집한 수종 약 1만여 종을 관리하고 있다.
소근진성은 동학농민운동 때 소실된 이후 정확한 규모나 모양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성벽 일부와 110m 가량의 동문이 남아 있는 상태다. 가파른 비탈을 등지고 능선 위에 지어져 천혜의 요새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백자조각, 기와조각 등이 출토돼 조선시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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